1학기 종강하자마자 매 방학 때마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여시는 교수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프로그래밍 과정인데, 교수님 전공이 신호처리이셔서 신호처리(주로 영상처리) 개념을 주 2회정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고 해당 기능을 직접 구현해서 정해진 기간 내에 결과물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영상 스케일링(업샘플링, 다운샘플링), 주요 인터폴레이션 4가지, infra/inter prediction, JPEG 코딩 등을 과제로 내주셨는데 주로 마감 기한이 이틀 내지 3일이었고, 기간 내에 완성하지 못하거나 틀렸을 경우에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혹독한 트레이닝이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당시 이를 두고 프로듀스 연구생이라 불렀다(ㅋㅋ)
교수님은 매 방학에 이 프로그램을 여는 대신, 연구생을 따로 모집하지 않으신다. 성적이나 학년 등 기타 다른 조건과 상관없이, 오로지 이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코딩 능력과 끈기를 보신다.
또한 학생들을 트레이닝 시켜 논문 제출이라는 목표까지 달성하고 나면, 이후에 랩실(대학원)을 진학하거나 좀 더 공부하거나 그만두거나 전부 학생의 자율에 맡기신다.
당시 코딩 찌랭이였던 나는 한동안 하면 좋겠지만 나 따위가 하겠다고 말을 하는 것부터가 쪽팔리는 일이 아닌가 고민했지만, 지금 미루면 평생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찮은 코딩 찌랭이였던 내가 어쩌다 살아남아 학부생의 신분으로 감히 논문 발표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ㄷㄷ(아직도 믿기지 않음)
출처:대학원 탈출일지 21화, 네이버웹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셨고 좋게 봐주셨다.
발표 후에는 열심히 다른 분들 발표 경청도 하고 폐회식(?)까지 남아있었다.
학부생의 신분으로, 이런 학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흔히 오지는 않기 때문에 흥미롭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교수님께 무한히 감사드리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학부생인지라 수업도 들어야하고, 과제랑 퀴즈,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그런데 개발도 해야 하고, 논문도 써야 하고..
하지만 바쁜 것 보다는 나의 능력에 대한 회의 때문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정말 울고 싶은 날도 많았고, 이 길이 맞는 길인가에 대한 생각도 정말 많이 했다. 내가 뭔가 아이디어를 내면 이미 나보다 잘 해놓은 사람들이 꼭 있다. 사소한 문제 때문에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기도 했고, 아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한 것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수학적 모델로 재구성 하는 것, 자동화를 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좌절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을 위해 하찮지만 나름 자소서도 쓰고 코테도 봐서 붙은 인공지능 교육을 포기했는데, 내가 혼자 좌절하는 동안 같이 그 교육에 붙었던 친구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고 해커톤 등 이것저것 참여하고 수상도 하는 것을 보면서 더 회의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을 포기하면서 받은 타격이 적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을 들었다면 인공지능 모델을 돌릴 줄 알았을 것이고, 공모전 등에서 나의 역할이 '인공지능 담당'으로 확실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너의 강점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학생은 프로젝트, 공모전 등을 많이 하게 되는데 여기에 '연구개발'쪽의 지식은 거의 쓰이지 않을 뿐더러 제대로 연구를 하려면 대학원을 가야 함을 느꼈는데, 그렇다면 내가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정말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다.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와 많이 부딪히게 된다. 정말 논문 한 편은 석사생들의 피땀눈물을 갈아넣어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도 수많은 역경을 지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조금 자랑스러워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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