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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모두의연구소 AIFFEL 기본과정 퍼실 근무를 마치고

by 다봄이 2021. 1. 12.

블로그가 너무 오랫만이라 제목부터 뭐라 써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블로그는 나에게 내 기술 일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최근엔 프로젝트를 아예 진행하지 않아서 쓸 일이 없기도 했고, 좋은 기회로 모두의연구소 AIFFEL 기본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로 근무하면서 수강생분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글이 아닌 말로 설명하다보니 글을 쓸 일은 더더욱 없었다. (말로, 그림으로 했던 내용을 글로 정리해서 쓰는건 너무 어려운 작업인 것 같다.) 친구들이 그 때 설명했던 것 처럼 유튜브를 하라고 했지만 설명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부끄러우니까...

그래도 공부한 것, 설명한 것을 글로 정리하고 양질의 글을 꾸준히 써서 2021년에는 본격적인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려 한다.



최근 나에게 있던 가장 큰 이벤트는 모두의연구소 AIFFEL 기본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로 근무한 것이다. 내가 있던 과정이 마무리 된 지 2주가 넘었는데도 자꾸 그 당시 일이 꿈으로 나온다ㅠㅠ 그만큼 소중한 경험이었고, 즐거운 일이 많았고, 너무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고, 코로나때문에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 오늘은 까먹기 전에 모두의연구소 x SBA 재직자 대상 과정 AIFFEL 기본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로 근무하며 느꼈던 것들을 기록하려 한다.

로그

대상 독자

모두의연구소의 AIFFEL 과정 중 유일하게 야간/주간반 및 기초과정반이라서 일반적인 아이펠 커리큘럼과는 약간 다르지만, 이 글을 통해 아이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아래와 같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아이펠이 다른 인공지능 교육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
  • 아이펠의 대략적인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싶은 분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있던 아이펠 기본과정과 2020년 진행한 아이펠 강남 과정은 다름에 주의!! 아이펠 기본과정은 아이펠 강남의 맛보기 같은 느낌? 아이펠 강남에서는 훨씬 많은 프로젝트/실습을 커버하고, 다양한 스터디도 진행하고, 해커톤 등 팀프로젝트도 진행하고, 기타 여러 세션(?)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 글을 대략적인 참고용으로만 활용하시길 바란다.

아이펠 키워드

  •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 강사가 주입하는 것이 아닌,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
    • 적극적 참여
    • 적극적 토론, 질문

코로나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펠은 누군가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가지고 각자 공부하고 토론하고 서로 질문하며 배워나간다는 컨셉의 교육이다. 토론 기반의 분위기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것이 퍼실리테이터의 주 역할이었다(Facilitator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조력자 정도의 느낌이다.). 이를 위해 다른 퍼실분들과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도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를 정말정말정말 많이 고민했고, 어려움도 많이 느꼈다.

그러나 인생이 내가 예상한대로만 흘러가면 재미없지...ㅎㅎ...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라는 강력한 변수를 맞이하였으니...😭 으 코로나 코로나 나쁜코로나!!!!!!!!!!!!!

나는 '소통'을 원했다. 기술 흐름에 대한 소통, 지식의 소통, 같은 목표에 대한 소통..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조금 꺼져버린 열정을 되찾고, 오히려 내가 도움 받기도 하고, 함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싶었다. 나도 그렇게 완벽하게 알지는 않지만 먼저 공부하고, 시행착오를 겪어보았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한,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잘 모르는 부분은 보완하며 더욱 많이 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정말 어려웠다...

온라인 환경에서

첫 두 달 간 여러가지를 시도해보았다.

  • 그 날 진도 리뷰
  • 진도와 관련된 코드 보여주기(ex.Numpy 진도일 경우 넘파이 활용법 보여주기 등)
  • 토론거리 던지고 한 사람씩 의견 묻기
  • 지난 진도 복습
  • 알고리즘 문제풀기 등등...

아무래도 온라인 환경일 때는 훨씬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아무리 줌으로 보고 있어도 실시간 의사소통이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수강생분도 직접 본 적 없는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켜고 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수강생분들은 샤이하셨고 나는 혼자서 끊임없이 말하는 것에는 소질이 없는 부끄럼쟁이였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코로나가 조금 잠잠했던 10월 말부터 약 1달간은 오프라인으로 과정이 진행되었는데, 이 때는 확실히 원하는 것에 가까운 그림이 나왔다.

  • 사람들끼리 캐글 대회도 나가고
  • 서로 질문도 하고 가르쳐주기도 하고
  • 수학 전공자분이 수식 증명을 칠판에서 보여주기도 하고
  •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을 공유하는 등등.

하지만 4개월의 기간 중 오프라인으로 얼굴을 맞대며 공부했던 기간이 단 1달. 문득,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예정대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더라면 어땠을지를 그려보곤 한다.

멘토의 자질이란

오프라인일 때는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다.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나?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퍼실리테이터'는 멘토도 강사도 조교도 아니지만, 그 모든 역할을 함께 아우르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내 능력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괴감. 부담감과 책임감에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것 같다.

  •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 잘 하는 부분이 있으면, 못 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모르는 것을 서로 토론하며 배워가는 것이 아이펠의 설립 목표(?)이다.
  •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르는 것을 퍼실에게 질문하자 의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나는 모르는 질문이 나오거나 명확하게 답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정말 많이 슬펐고, 자괴감이 들었다.
  • 이 점은 코로나 때문에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 같은데, 한 공간에 모이는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여 진행함에 따라 한 퍼실이 10명의 수강생을 맡고, 각 반은 서로 교류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 이에 따라 내 반의 수강생 10분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각 퍼실마다, 수강생분마다 잘 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한 반에 모아서 진행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자질이 없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뜻하지 않은 과분한 기회를 얻었고,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고 함께하고 싶은 좋은 동료를 만났고, 다양한 목표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나이제한이 없어서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과분하리만치 좋은 기회였던 것에 비해 부담감이 강해서 많이 힘들었고, 그 점이 정말 아쉬운 것 같다.

  • BFS로 머신러닝의 전반적인 분야를 두루 공부하며 단단한 기본기를 쌓고 싶다.
  • CV는 깊게 파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
  • 그리하여 자질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잘 모르는 NLP나, 거의 모르는 추천시스템 진도를 나가고 이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 괴로워서ㅠㅠ 세운 원대한 계획. 너무 게으른 완벽주의자 같은 계획인데ㅋㅋ

모두의연구소, 아이펠이 나에게 정말 특별한 이유

8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약 4개월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일 것이다.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모든 인연이 너무 소중하여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이 더욱 슬펐다. 함께 일하는 분들을 1주일에 한 번이 아닌 매일 보았다면, 수강생분들을 모니터 너머에서 매일 만났다면.. 하는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을 정도로 너무 좋은 인연이었다(오늘은 온라인 수료식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하는 꿈을 꿨다. 꿈에서 아주 조금 울었다ㅎ).

  • 우선 함께 일하는 분들에 의해 많은 자극을 받았다. 두 분 다 정말 열심히 살아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자극을 받았고, 대화를 통해서 혹은 오프라인 때 설명하는 것을 통해서 모르는 것을 많이 알아갈 수 있었고, 그 때 마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였다. 2021 좌우명(?)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인데, 사실 (직장동료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이다.
  • 수강생분들의 열정을 보며 또 자극을 받기도 했다. 재직자 대상 과정이기 때문에 30~40대 수강생분들이 가장 많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이 본업이 있으신데, 퇴근하고 이 수업을 들으셨다. 매일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많으신 수강생 분.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정말로 깨달을 수 있었다. 멋있다고 생각했다. 삶의 태도가, 마인드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정말로 본받고 싶었던 분이다. 다른 조여서 교류는 별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오래오래 기억날 것 같다.
    • 다들 정말로 진심으로 인공지능을 열심히 공부하셨다. 이를 통해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셨고, 정말 진지하게 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말 멀었다.. 했다.
    • 심지어 대부분 출석도 무지 열심히 하셨다. 막 출장갔다가 출석하시고, 공부하다가 잠깐 결혼식 다녀오시는 등등. 나는 이렇게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는가? 아휴 반성해야지...
  • 누군가를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웠다. 설명을 하려면 내용을 완벽하게 알아야 했고, 버그를 잡으려면 코드를 미리 알고 있어야 했으며, 여러 직군의 사람들과 함께하며 의견을 드리기 위해서는 인사이트 또한 필요했기 때문.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나에게 도움으로 돌아왔다(부담감만 조금 덜었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 오프라인 이후로 본격적으로 머신러닝, 딥러닝 개념을 배우면서 어려워하시는 분이 많았다. 최대한 수식 증명을 빼고 왜 이것이 등장했는지,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를 개념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 한 시간 넘게 내용을 설명하면서 매번 목소리가 갈라지곤 했다. 처음에는 설명을 너무 못했는데, 점차 어떤 내용을 어떤 흐름으로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감을 잡은 것 같은데 끝날 때가 되어서 너무 아쉽다😥
    • 다시 온라인으로 돌아온 후에는 카메라를 잘 안 켜두셔서 혼자 말하는 느낌에 가끔 현타오기도 했다.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근데 이렇게 설명해주면 정리가 되어서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실 때 마다 너무 기쁘고 좋아서 심장이 쿵덕쿵덕 빠운스빠운스 입꼬리가 씰룩씰룩! 2020 하반기들어 가장 기뻤던 순간들이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처음 나시입고 만나서, 패딩을 입고 헤어진다. 내가 부족해서 더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쉽다. 내가 부족한 점을 잘 알 수 있었다.

이 4개월이 커리어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수강생분들에게 본인이 하고자 하는 길에 방향을 잡을 수 있던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또, 나에게도 이 시간이 한 층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었길 바란다.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고 또 아쉽다.. 각자의 길을 달리다가 마주쳤을 때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입버릇처럼 말했던 더 똑똑해져서 돌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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